[컴퓨터월드] 본지는 세계 속에 한국을 심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을 발굴해 그 회사가 제품을 개발하고 해외에 진출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조명하는 기획기사를 시리즈로 게재한다. 새롭게 회사를 설립하는 중소업체, 특히 해외 시장 진출을 앞두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업체에 도움을 주고자함이다.

먼저 다이내믹 보안 기술로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에버스핀의 성장과 해외진출 과정 그리고 기업 문화 등에 대해 지난해 9월부터 연재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에버스핀에서 근무중인 직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 호에서는 자율과 책임으로 업무에 임하는 에버스핀의 기업 문화를 들여다봤다. 이번 호에서는 에버스핀의 구성원을 직접 만나 그들의 열정을 좀 더 자세히 엿보는 기회를 가졌다. 먼저 해외사업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조병현 이사를 만나봤다.

회계사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어떻게 에버스핀에 합류하게 되었나?

네덜란드와 일본 파견 기간을 포함하여 17년간 PwC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의 대표적 종합금융그룹인 SBI에 입사했다. SBI는 온라인 금융 사업 중심으로 가상화폐사업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 정보보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보안성이 높은 솔루션에 목말라 하던 시기에 마침 에버스핀을 알게 됐고 하영빈 대표와 만났다. 이후 SBI 그룹은 신속하게 에버스핀에 투자를 결정했고, 에버스핀과의 합작회사인 SBI EVERSPIN까지 설립했다. 그리고 내가 한국 에버스핀 및 SBI EVERSPIN의 COO를 맡았다.

에버스핀의 어떤 가능성을 보고 SBI의 투자 및 협력을 결정했나?

SBI의 키타오 회장과 하영빈 대표의 만남은 30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짧은 시간에, SBI는 에버스핀에 자본금을 투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합작회사를 세워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것까지 결정할 만큼 에버스핀을 높게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공격자 뿐만 아니라 도입하는 회사까지 고려한 보안 솔루션, 저명한 국제 대회 우승으로 입증된 기술, 전세계 해외 특허로 인정받은 원천기술에 대한 혁신성 및 IoT 보안까지 적용 가능한 기술의 확장성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SBI그룹에서 기술진들이 파견되어 기술 및 사업성을 면밀히 분석했는데, 그 결과 해외 시장에서도 통하는 기술의 우수성과 앞으로 보안 시장이 점점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에버스핀을 사업 파트너로 선정한 큰 이유였다.

앞으로 에버스핀의 해외 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에버스핀에 합류한 이후 글로벌 경쟁력 및 시장 확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국내보다는 해외 진출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그 결과 일본에 이어 인도네시아와 인도에도 합작회사를 설립했고, 스위스의 Avaloq와 영업 파트너가 되어 유럽에 진출할 길도 마련했다. 앞으로 Glocalization(Globalization + Localization)이라는 모토를 갖고, 전 세계에 20개 이상의 합작회사 만들며 시장을 넓히고 싶다.

조병현 이사도 언급했듯, 에버스핀의 혁신적 보안 기술은 세계 시장에서 에버스핀의 빠른 성장을 견인한 핵심 요소다. 이를 총괄하고 있는 윤성욱 이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에버스핀의 보안기술의 바탕엔 어떠한 철학이 있는가? 이 기술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궁금하다.

에버스핀에 합류하기 전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기술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여러 기술을 익히는 것만으로는 엔지니어로서의 최종 목적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든 기술로 세상에 좋은 가치를 전달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5년 전 에버스핀에 함께하기로 한 이유다.

에버스핀은 정적 기반으로만 제공되던 엔드포인트 보안에 동적 보안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최초의 회사다. 치열한 고민과 연구 끝에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일을 이뤄냈고 이를 시장이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며 에버세이프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기술의 가치를 점점 높여가며 시장에 기여하고 싶다.

그동안 어려웠던 점도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극복했나.

지난 5년간 걸어온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갑작스러운 플랫폼 정책 변경으로 서비스가 중단될 법한 위기를 겪었을 때 힘들었다. 그러나 전화위복이라 하지 않았던가.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을 찾아내는 것은 또 한 번의 성장을 의미한다. 보안 기술로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에 집중하며, 플랫폼의 정책과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우수한 보안성을 제공하는 해결책을 고안해냈고 또 한번의 진화를 만들어 냈다. 이 과정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며 성장해 온 동료들이 큰 의지가 되었으며, 그동안 겪어왔던 크고 작은 사건들이 앞으로의 발전에 큰 교훈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에버스핀의 동적보안기술은 다소 독특하게 치러진 우리은행의 벤치마킹테스트를 통해 국내 시장에 잘 알려졌다.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정대석 선행기술연구팀 팀장에게 당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은행 BMT에서 에버스핀이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그때의 이야기를 당사자의 시선으로 들어보고 싶다.

우리은행이 앱 위변조 솔루션을 도입하고자 어떤 회사의 제품이 보안성이 가장 뛰어난가 검증하는 자리였다. 경쟁에 참여한 각 회사가 서로 공격하며 방어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으며, 해킹이 되지 않거나 가장 늦게 해킹되는 솔루션이 제일 높은 점수를 받는 경쟁이었다.

업계에서 유명한 보안 회사들이 다 모였고 에버스핀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있던 회사였다. 처음엔 심적으로 위축됐었지만 나와 함께 그 자리에서 밤을 지새웠던 하영빈 대표, 윤성욱 이사, 김홍상 본부장의 격려가 많은 도움이 됐다.

간절함이 우리가 가진 능력의 최대치를 끌어냈던 것 같다. 화장실에 가는 시간까지 아끼려 물도 많이 마시지 않았고, 집에 갈 시간이 아까워 은행에 주차된 차에서 쪽잠을 자며 경쟁에 임했다. 그리고 이겼다. 뚫고 뚫는 경쟁에서 우리는 모든 공격을 방어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굉장히 인상 깊은 스토리였다. 지금은 어떻게 기술을 연마하며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실력을 쌓는데 왕도는 없는 것 같다. 어려움 앞에서는 때때로 좌절감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늘 뒤따른다. 사실 이런 과정에서 큰 재미도 느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구할 때도 많다.

코드를 만드는 사람은 빠르게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며, 취약점까지 빨리 찾아낼 수 있기에 이 점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다. 에버스핀의 방어 기술은 해커의 관점까지 고려하기에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는 해킹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개발자의 관점까지 고려한다.

작년까지는 금융, 게임, 콘텐츠 등 모바일 보안에 집중했고, 올해 에버세이프 웹 버전 출시 이후 지금은 None-ActiveX 방식의 웹 보안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지난 열한 편의 연재 기사를 통해 에버스핀의 6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 이뤄낸 놀라운 성장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 회에서는 하영빈 대표를 만나 에버스핀의 미래에 대해 들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