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익 ETRI 기술기획부 책임연구원

[컴퓨터월드]

▲ 박노익 ETRI 기술기획부 책임연구원

AI, 빅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이 본격 시작됐다. 즉 미래 먹거리 시장을 둘러싼 패권경쟁이 본격화 된 것이다. 다시 말해 4차 산업혁명을 누가 주도해 나가느냐에 따라 국가 산업 및 경제 발전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은 반드시 우리나라가 앞장서 나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나가야만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자원이 부족한 반면, 우수한 인력을 갖고 있는 만큼 잘만 하면 그 어느 나라에 못지않게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 기술 및 인프라를 비롯해 SW 기술력 등을 많이 확보해 놓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본지는 이에 따라 국내 ICT 산업 발전의 두뇌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의뢰해 미래 먹거리 및 일자리 창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는 주요 아이템을 중심으로 관련 전문가들의 강좌를 1년 동안 게재한다. 즉 그들의 예리한 시각과 분석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을 주도할 기술, 그 기술에 대한 글로벌 트렌드, 그 기술과 국내 기술과 맞물린 현 상황, 그리고 현안 문제 및 나아갈 방향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인간의 삶을 바꾸는 미래 ICT 전망 (2019년 11월호)
■ 바이오헬스 로봇의 현황과 전망 (2019년 12월호)
인공지능 시대의 초성능 컴퓨팅 (2020년 1월호)
사용자 통신환경을 바꿔보자 (이번호)
■ 알파고 은퇴 후 컴퓨터 바둑 현황
■ 사이버 대변인
■ 미디어 부호화 기술의 현재와 미래
■ 자율 이동체 시각지능 기술의 미래(사람 눈보다 강건한 RGB-Lider 기술)

2000년대 초반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비쿼터스(Ubiquitous; 어디에나 널리 존재하는) 컴퓨팅/네트워킹 혹은 퍼베이시브(Pervasive; 여기저기 스며드는) 컴퓨팅/네트워킹이라는 키워드를 기반으로 이의 구현을 위한 다양한 관련 기술개발이 수행되었다. 이 개념을 이어 센서네트워크, IoT로 이어져 왔고 이 분야의 많은 발전을 이루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용자 네트워킹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함이 느껴진다. 우리는 여전히 열차 내에서, 카페 또는 도서관 같은 공공장소에서, 회사 사무실에서 보다 나은 연결을 위해 와이파이와 같은 네트워크 자원을 ‘찾아서’ 연결해야 하고, 업무를 위하여 프린터 등의 다른 단말기를 ‘찾아서’ 연결해야 한다. 널리 존재하고, 스며들어 있다면 과연 우리가 연결을 위해서 무언가를 계속 찾아야만 할까? 라는 질문이 떠오르게 된다.

한편, 5G의 세계 최초 상용서비스가 2019년 대한민국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사용자 대역폭은 늘어났지만, 단말기 이외의 네트워크 장비시장에서 우리나라는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사용자의 불편함은 5G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속도, 전송방식, 장비기술 중심의 네트워크 기술 이외에 사용자의 편의성을 증대시키고 사용자들 간 혹은 다양한 단말기 간의 상호연결방식과 이로부터 생성 가능한 새로운 네트워킹 서비스와 이와 관련된 기술들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서는 특정 세부 분야의 기술에 대한 논의보다는 미래의 네트워킹 방식에 대하여 밑그림을 그려보고 이의 완성을 위하여 어떤 기술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해서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다음과 같은 상황들을 생각해 보자. <그림 1> 내가 출근하면 나의 소속 부서, 접근권한 등의 정보를 이용해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예; 휴대기기-데스크톱-프린터 등) 장치들이 내가 찾아 연결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연결되어 업무/통신환경을 구성한다. 또한 회의실로 이동시 회의실 내의 통신자원을 자동으로 사용자에게 할당하고, 회의시간 동안 파일/정보교환 등을 위하여 회의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단말기와 자동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림 1의 ①>

이러한 가상의 사용자 네트워킹 공간(환경)을 사용자 인지형 네트워킹 공간(UNS ; User-Cognitive Networking Space)이라 하자. 지방에 있는 지사로 출장을 가기 위해 이동할 때에는 ‘나’의 가입권한에 따라 사업자 네트워크자원, 사용자가 공용으로 임대하는 단말기 장치와 자동으로 연결된다. 사용권한에 따른 주변의 단말기 장치들이 나를 중심으로 새롭게 네트워킹 공간(USN)을 구성해준다. <그림 1의 ②>

지사에 도착하면 또다시 나의 접근권한에 따라 새로운 네트워킹 공간이 구성된다. <그림 1의 ③>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나의 가족과 쇼핑을 위해 상점거리에서 만난다면, 내 가족의 네트워킹 공간과 나의 네트워킹 공간이 자동으로 합쳐지고 재구성 되어 서로 연결되며 필요한 정보를 즉시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림 1의 ④>

▲ <그림 1> 나를 따라다니는 네트워크 개념도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나를 따라다니는 ◯◯◯◯’라는 새로운 ICT 환경과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1. 나를 따라다니는 네트워크(네트워킹 공간)

<그림 1>의 네트워킹 시나리오 전체를 ‘나를 따라다니는 네트워크’라 부를 수 있다. 사용자가 네트워크 자원을 찾아서 연결하던 기존 방식(Resource-Pull)에서 사용자 주변에 ‘스며들어’있는 네트워크 자원(기업 네트워크, 사업자 네트워크 등)이 사용자가 필요한 적절한 시기에 그때그때 사용자가 찾지 않아도 자동으로 제공(Resource-Push)된다. 또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단말기 장치들 간의 연결성 역시 사용자가 찾아서 구성하는(Manual Configuration)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사용자 정보와 단말기 정보, 사용자의 이용 패턴 등을 사전에 인식하여 자동으로 구성(Auto-Configuration)해 준다.

그런데, 사업자 네트워크 영역에서 단말기 간의 직접연결 서비스는 사업자 네트워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줄어들게 되고, 수익창출로 이어지지 못하여 새로운 서비스로 자리 잡기가 어렵게 된다. 만약, 사업자 망에서 개별 사용자의 인증정보, 단말기의 인증정보, 학습 등을 통하여 획득되는 사용자 간의 연결 정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통신사업자의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부가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2. 나를 따라다니는 보안

현재 환경에서는 데스크톱 혹은 노트북에 바이러스 차단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은행 업무를 처리하려면 갖가지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고(그것도 개별 은행별로) 이러저러한 보안 관련 절차를 수행해야 한다. 이것도 모자라 신용카드 업무를 위한 또 다른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내해야 한다.

행여나 노트북을 새로 구매하거나 OS를 새로 설치하게 되면 이러한 번거로움을 반복해야 한다. ‘나를 따라다니는 네트워크’에서는 ‘나’를 특정하는 다중의 정보들(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지문, 홍체 정보 등을 포함하는 Multi-Factor 식별자)을 이용해 사이버공간상에서 나의 행위(거래), 내가 이용하는 서비스, 나의 단말기를 위한 물리/사이버 보안기능을 내가 찾아 설치하지 않아도 그때그때 적절한 시기에 자동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해준다. 뿐만 아니라, <그림 1 ④>의 경우는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보안기능과 신뢰관계가 자동으로 설정되고 구성되어 마치 무협지나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나를 보호하는 쉴드(Shield)와 같이 ‘나’를 위한 보호/보안장벽이 구현된다. 신뢰할 수 있는 USN(Trusted User-Cognitive Networking Space)이 구성되는 것이다.


3. 나를 따라다니는 클라우드

다양한 종류의 클라우드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나의 데이터가 물리적으로 위치한 곳이 나와 근거리에 있는지, 원거리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급하게 처리해야할 업무를 위한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으려 해도 네트워크의 지연 등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나를 따라다니는 네트워크에서 클라우드 상에 존재하는 나의 데이터는 특정 물리적 클라우드 서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위치와 나의 연결형태에 따라 나와 최근 접한 위치(예; 나와 가까운 네트워크 에지)로 그때그때 이동되고, 사용자와 단말기의 신뢰기반으로 나와 클라우드 간에 가상의 인트라넷을 자동 구성하여 초저지연 근접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나를 위한 가상의 개인 클라우드가 항상 나를 따라다니게 되는 것이다. <그림 1의 ⑤>


4. 나를 따라다니는 데이터

나로 인하여 생성되는 분야별로 수많은 ‘규격화’된 정보들이 나의 신뢰정보와 밀접히 결합되어 나의 개인 클라우드 혹은 서비스별 특정된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유통된다.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통하여 개개인의 수익이 만들어 질 수 있는 새로운 신뢰 데이터 유통관계가 구현되는 것이다.

일례로 현재는 병원에서 진료를 마치고 나면, 질병 코드가 포함된 진단서와 진료내역서 등의 서류를 신분증을 가지고 가서 발급을 받고, 이것을 손해보험사에 청구하여 보험금을 수령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수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나를 따라다니는 데이터 환경에서는 내 진료정보가 내 신뢰정보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생성되어 나의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나의 허가에 의하여 보험사로 자동 전달되는 나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쉬운 절차로 전환된다. 또한, 의료진의 연구를 위하여 내 의료 정보가 의료진에 제공될 수 있으며 나는 제공한 의료정보의 대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데이터 거래 생태계가 보다 쉽게 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5. 나를 따라다니는 인공지능

흔히들 비서로봇, 치매노인을 위한 챗봇, 인공지능 의사 등 다양한 인공지능 기반의 실현물을 논의하면서 인공지능의 분야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개별적인 단말기를 생각하게 된다. 꼭 그래야만 할까? 나를 따라다니는 인공지능은 나의 상황과 위치에 따라 내가 쓰는 단말기 또는 개인 클라우드에 그때그때 이동 탑재 되어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의 해석과 생활지원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나를 따라다니는 ◯◯◯◯’이라는 새롭게 변화될 수 있는 ICT 서비스 환경에 대하여 간략히 논해보았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적 요소들이 필요하.

첫째, 네트워크 또는 서비스가 ‘나’를 또는 ‘나-서비스-사물-주변인’간의 관계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사전에 인식하고 처리하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나’를 중심으로 한 상황정보를 학습/추론/관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물론 이 데이터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생성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둘째, 사용자중심의 네트워킹 공간(USN)이 자유롭게 동적으로 구성/변경/재구성 등이 일어날 수 있어야 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서비스 연속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셋째, USN을 구성하기 위한 객체 간의 상호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며 일반적인 또는 특정 서비스를 위한 사용자 중심의 보안기술을 어떻게 동적으로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넷째, USN을 중심으로 한 가상 인트라넷이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구성되고 해지될 수 있는 방안이 고민되어야 한다.

이처럼 사용자를 중심으로 한 ‘스며들어 있는’ 네트워킹 기술(User Cognitive Pervasive Networking)의 적용을 위해서는 네트워크기술, 보안/인증기술, 서비스기술, 데이터처리 기술 등 ICT 분야의 다양한 요소기술들이 필요하다. 새로운 ICT 환경의 전개를 위하여 또 어떤 요소기술들이 필요할지 독자들도 함께 고민해보면 어떨까 한다. 다만, 개별 요소기술들에 대한 독립적인 고민이 아닌 User Cognitive Pervasive Networking이라는 커다란 명제 하에 요소기술들이 상호관련성을 가지고 유기체적으로 함께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1] 정보통신 기획평가원, ICT R&D 기술로드맵 2030, 2018.
[2]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 R&D전략, 2018.
[3] 박영숙, 제롬글렌, 세계미래보고서 2055, 2017
[4] 오창환, 유비쿼터스 이해,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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