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빈 에버스핀 대표를 중심으로 바라본 에버스핀 성장과정

[컴퓨터월드] 본지는 세계 속에 한국을 심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을 발굴해 그 회사가 제품을 개발하고 해외에 진출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조명하는 기획기사를 시리즈로 게재한다. 새롭게 회사를 설립하는 중소업체, 특히 해외 시장 진출을 앞두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업체에 도움을 주고자함이다.

먼저 다이내믹 보안 기술로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에버스핀의 성장과 해외진출 과정 그리고 기업 문화 등에 대해 지난해 9월부터 연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에버스핀이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정보 보안이 왜 중요한지,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지, 현재의 기술은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호에서는 에버스핀의 성장과정 특히 에버스핀의 하영빈 대표에 초점을 맞춰 전지적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편집자 주>

1회 에버스핀, 세계에 한국테크를 증명하다 (2019년 9월호)
2회 보안의 기본, ‘이곳’을 수비해야 한다 (2019년 10월호)
3회 오늘날의 보안 기술, 그 실태와 문제점 (2019년 11월호)
4회 동적 보안, 문제를 직시하고 명쾌한 해결을 제시하다(2019년 12월호)
5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이버 범죄(2020년 1월호)
6회 에버스핀이 탄생하기까지(이번호)


첫 번째. 2001년, 그날의 기억

 

이곳이 서울이구나. 보자기에 바리바리 싼 짐보따리를 들고 또 등에 이고 복잡한 지하철에 서 있었다. 아마도 주위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이삿짐을 보따리장수처럼 양손 가득 쥔 그와 가족의 모습에 스스로 큰 이질감을 느꼈다.

아직 초등학생인 철부지 동생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잘 모르는 건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저 대학 입시가 인생의 가장 큰 고민이어야 할 19살, 그는 현실에 내던져졌다. 목표는 생존뿐이었다. 2001년, 어느 추운 겨울날에 대한 기억이다.

주거지역이 아니라 자동차 수리점이 늘어선 지역의 한 가운데, 그래서 서울에서 방세가 가장 싸다는 그곳에 터전을 잡았다. 한 가게 건물의 2층, 비가 오는 날이면 자동차 도색에 쓰이는 페인트 냄새가 더욱 진하게 올라오던 그곳에서 20대의 대부분을 보냈다.

20살, 대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하지 않겠냐는 주위의 권유에, 이듬해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출석 일수는 늘 아슬아슬했다. 평범하게 대학 생활을 즐길 수는 없었다. 아르바이트 많이 하기 대회라도 있다면 1등 상을 받았을 것이다. 스물한 살의 가장.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두 번째. 나의 길을 찾아서

 

어려서부터 컴퓨터에는 관심이 많았다. 전공도 그에 따라 선택했고, 특기를 살려 병역특례로 결제회사에서 근무하며 군복무를 대신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며, 프리랜서로 개발일과 기획일 까지 ‘쓰리잡’을 했다. 수면시간은 하루에 세시간 남짓, 고된 생활이 이어졌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시기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

회사에 개발일과 함께 기획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기획자는 큰 그림을 그려내고, 개발자는 기획자가 그려낸 스케치를 구현한다. 기획자의 상상을 개발자가 실제의 세계에 만들어 낼 때는 개발 과정에서 현실적인 장벽을 만나기 마련이다. 먼저 개발자로 시작했기 때문에, 새내기 기획자 하영빈은 현실적인 관점까지 고려한 밑그림을 그려낼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디어만 좋다고 해서 모든 것이 술술 풀려나가진 않았다. 세상사에는 개인의 힘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장애들이 많다. 2008년 병역특례로 복무하던 회사에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을 제안했다. 하지만 회사의 주인이 갑자기 연이어 바뀌면서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기획한 것을 꼭 실현해보고 싶었다. 2009년, 복학 후 뜻이 맞는 멤버들과 학생 신분으로 벤처를 창업했다. 세계 최초의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을 현실화하고 관련 중견기업과 독점 계약까지 이끌어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모바일 시장이 크게 뒤집혔다. 지금이야 간편결제가 널리 쓰이고 있지만, 당시 모든 사람들은 아이폰 때문에 간편결제 사업이 망할 거라고 했다. 또, 작은 사업체가 결제 시스템을 활성화시키기에는 시장의 벽이 너무나도 높았다.

그래서 이미 기반이 있는 회사를 들어가기로 했다. 결제사업을 하는 <다날>에 입사 후 3개월만에 바코드 결제 시스템을 만들었다. 편의점에서 바코드로 스캔해 결제하는 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NHN>으로 자리를 옮겨서는 기술 기반의 상품을 만드는데 전념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획하고 론칭했다.

그 무렵 대기업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재미는 있었지만, 하고 싶은 일들이 많고 이들을 빠르게 진행하고 싶은데 대기업의 구조가 이를 더디게 한다 생각했다.


세 번째. 에버스핀의 탄생

 

“네가 한다면 기꺼이 투자하겠다.”

NHN에서 같이 근무하던 사수가 창업을 응원하며 투자를 약속했다. 그의 나이 서른둘, 다시 홀로 회사를 세웠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뜻을 담아 ‘에버스핀’이라 이름 지었다. 처음엔 ‘다이내믹 보안 프로그램(이전 기사 참조)’을 기반으로 한 간편 인증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를 도입할 고객으로서는 어떤 인증인지가 중요하지 어떤 기술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관점을 바꾸어 보았다. 인증 말고 인증을 보호하던 보안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우자. 사업에 쓸 자금의 바닥이 보이던 상태였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이내믹 보안’이라는 콘셉트로 코스콤 주최 핀테크 공모전에 도전했다. 대상을 탔다. 이후 회사는 성장의 급물살을 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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