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민 SW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 박강민 SW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컴퓨터월드] 최근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둘러싸고 미-중 간 패권의 갈등이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면서 본격화된 갈등은 중국 5G통신장비와 중국산 드론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핵심기술의 선점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필수 조건이고, 중국의 입장에서는 인공지능과 같은 핵심기술의 장악은 추격형 대국에서 선도형 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양보 불가의 영역이다.

이 글은 AI라는 기술의 패러다임이 창출하는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가 우리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첨단 기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중간의 패권 경쟁의 흐름을 ▲기술역량, ▲국가 전략, ▲AI 미래비전 등의 면에서 총 3회에 걸쳐 살펴본다.

미-중 기술패권 (기술역량) (지난호)
미-중 기술패권 (국가 전략) (이번호)
■ 미-중 기술패권 (AI 미래비전)


미국, 개방형 생태계 조성과 확산

인공지능은 이제 경제 성장, 일자리, 보안, 미디어를 넘어 국가의 명운을 결정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했다. 강대국 미국과 이에 도전하는 중국은 바로 인공지능 분야에서 글로벌 패권의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경쟁의 성패가 전략의 선택과 구사의 결과로 결정된다고 볼 때, 소위 전략이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방법이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적절한 역량과 자원의 확보 및 이의 전략적 배치를 얼마나 잘 추진하는가에 따라 각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두 국가 간의 전략은 무엇인가?

미국의 인공지능 전략은 한 마디로 개방형 생태계의 조성과 확산이라 할 수 있다. 그간 머신러닝, 딥러닝과 같은 인공지능의 핵심적 혁신은 주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미국 IT기업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들이 제공하는 개방과 공개형 플랫폼은 수많은 글로벌 스타트업 기업들에 의해 재생산되거나 진일보 하고 있다. 일례로 IBM의 인공지능 기술은 왓슨 플랫폼을 통해 공개하고 있고, 구글은 텐서플로우와 같은 머신러닝 프레임워크를 공개해 데이터만 있으면 누구나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텐서플로우와 유사한 인공지능 프레임워크인 파이토치는 페이스북이 개발에 참여해 공개했다.

이 외에도 코그니티브 툴킷(cognitive toolkit), 그리고 케라스(Keras) 등이 미국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개발되었으며,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 이러한 공개형 생태계의 조성과 확산에는 미국 정부도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6월 트럼프 정부는 인공지능 이니셔티브를 통해 그간의 전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자국의 AI연구자에게 연방 정부의 데이터와 컴퓨팅 환경을 공개할 것을 포함하고 있으며, 영국, 캐나다 등 여러 국가들과의 국제적 협력도 강조하고 있다.

사실 딥마인드도 초기에는 영국에서 최초로 개발되었으나 구글에 인수되어 6개월도 채 안되어 무료로 공개되었으며, 세계적인 AI학자인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은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교수지만,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구글의 석학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부 연구기관의 성과물이 기업에 공개되고 이들 기업들이 이 기술을 플랫폼화해 또 다른 기업에게 공개하는 미국의 공개형 생태계 전략은 군사 분야에도 적용된다. 군사용 통신망으로 개발된 아파넷(ARPAnet)이 인터넷이 되어 대중에 공개되었고, 이후 야후와 구글이 플랫폼화해서 수많은 인터넷 기반 기업들이 이 플랫폼 위에서 성장하고 있다.

혁신론적 관점에서 보면, 개방을 통해 혁신의 성과를 시장 참여자와 나누는 전략은 수혜기업의 입장에서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의 돌파를 비용을 치르지 않고 풀어낼 수 있기에 큰 이점이 있다. 하지만 추격기업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벗어나기가 참으로 어려워진다. 쉽게 활용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이 있는데, 상당한 비용을 치르며 성공할지도 모르는 연구개발에 매달리는 것이 후발 추격기업에게는 커다란 위험이 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차원에서의 조력자를 거느리는 미국형 공개 생태계보다 더 나은 결과를 창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즉 수많은 경쟁자들은 미국형 공개 생태계에서 길들여지는 것이다.


중국, 생태계 모방형 전략

한편 최근 중국 인공지능 관련 전략에서 포착되는 흥미로운 점은 구글을 모방한 바이두, 아마존을 모방한 알리바바, MSN을 모방한 위챗의 사례가 미국의 선도적인 서비스를 모방한 사례들이라면 최근에는 인공지능의 혁신을 주도한 미국형 공개형 생태계와 대적할 중국형 공개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알리바바의 ET브레인은 IBM의 왓슨을 닮았고, 바이두는 구글과 같이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Apollo)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국가 차세대 인공지능 개방 혁신 플랫폼(National Open Platform for Next Gene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계획을 통해 마케팅(마이닝 램프), 영상(하이크 비전), 보안(치후), 이미지 감지(메그비) 등의 분야에서 오픈 플랫폼 기업을 직접 선정해 이들 기업이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을 공개해 자국의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서비스 모방에서 시간이 더 걸리는 생태계 모방형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의 전략은 단숨에 미국을 뛰어넘고자 하는 단기 전략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에서도 2050년까지를 생태계 구축과 선도를 명시하고 있을 만큼 중국의 인공지능에 대한 스케일과 호흡이 장대하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특허의 숫자, 학자의 숫자, 슈퍼컴퓨터의 성능 등을 단순 비교해서 미국에 비해 중국이 몇 년 뒤처지고 있다거나, 중국이 안면인식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는 근시안적 결론을 내리면 안 된다.

결국 인공지능 기술패권 논의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누가, 언제 이기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이기느냐이다. 그리고 이들 국가의 전략이 성공할지 혹은 실패할지에 따라 글로벌 인공지능 생태계와 게임의 법칙은 바뀔 것이다.

이들 패권 국가들의 전략 대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의 인공지능 생태계 혁신이 이루어 져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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