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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베트남 진출, 팔리는 SW로 승부하라

기사승인 [432호] 2019.09.30  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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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환 (주)씽크포비엘 대표이사

[컴퓨터월드]

SW 공학 컨설팅 전문기업인 싱크포비엘 박지환 대표는 베트남 지사에 상주하면서 국내 중소 SW 전문기업들의 베트남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국내 중소 SW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희망과 꿈만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며,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의 도전과 꿈”이라는 쓴 소리를 한다. 즉 ‘품질이 좋으면 잘 팔린다’, ‘우리가 더 잘 한다’는 착각의 늪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착각의 늪에 빠져 무모한 도전을 한다는 것이다.

박지환 대표는 이 같은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하고,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방향 등에 대해 베트남 현장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을 보내왔다. 본지는 이에 따라 박지환 대표의 글을 칼럼 형식으로 2회에 걸쳐 게재한다.

박지환 대표는 오는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베트남 호찌민에서 개최하는 VNITO(Vietnam ITO Conference)에서 「Good opportunities and good results are different. Why Korea? And Why Vietnam?」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 박지환 (주)씽크포비엘 대표이사

중소SW기업, 인력양성보다 자금력 확보가 더 중요

흔히 하는 말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인력의 남방 한계선은 성남까지이다. 소프트웨어 인력들은 최소한의 역량만 되어도 무조건 수도권, 가능하면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일하려 하지, 지역기업이나 중소기업으로는 가려 하지 않는다.

자금력, 영업력 등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제품의 품질로써 승부하려 해도, 소프트웨어의 품질은 일차적으로 개발자의 역량에 좌우되는데,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들로 인해 고급의 개발 인력은 대기업 내지는 대기업 취준생으로 적체되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중소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적시에 확보할 수가 없다. 지방 소재의 기업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 설문 응답 551개 기업 중 53.2%가 인력 확보 어려움 제시 (자료: 한국SW산업협회)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결국 필요로 하는 것보다 다소 역량이 부족한 신입 인력을 채용한 후 자체 교육을 통해 성장시킨다는 방안을 선택하고, 많은 경우 바로 그 선택으로 인해 실패한다. 왜냐하면 인력 교육에는 생각 이상으로 막대한 비용이 들고, 비용을 들이고서도 개인의 역량 강화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으며, 성공하더라도 그렇게 역량이 강화된 인력은 십중팔구 대기업으로 이직해 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서도 SW경력 인력의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이동 비중이 증가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2011년에는 대기업의 전방위 인력 채용으로 인해 1년 사이 2천여 명의 SW 개발자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동한 일도 있었다.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은 결국 모든 일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고, 밑 빠진 독에 다시금 추가 비용을 ‘교육비’ 라는 이름으로 부어 넣게 된다. 원래 개발하고자 했던 글로벌 고품질의 소프트웨어는 아득한 곳에 신기루처럼, 영원한 환상으로 남을 뿐이다.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 대다수가 제품 개발에만 매달리다 좌초하는 것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이것은 기업 구성원들의 의지 부족도, 개인의 역량 문제도 아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공학적 접근을 했기 때문이다. ‘이윤을 추구한다’는 근본 목적으로부터 공학적으로 가능하고 효율적인 해법을 찾는 게 아니라, ‘일단 (부족한 자본력과 인력을 가지고라도) 완벽한 제품을 개발한다’ 라는 불가능한 목표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우수한 인력과 자체 개발 역량을 갖추려면 먼저 그 만큼의 자본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그런 자본력을 만들려면 서비스 및 제품 기획, 관리, 홍보, 영업 등에 자원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나 스타트업이라면, 철저한 이윤추구를 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만한 자금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시되어야지 인력 교육 등에 자원을 집중한다는 것은 본말전도이다.

여기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경영도 영업도 좋지만, 먼저 좋은 제품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대기업 수준으로 좋은 제품은 아니라도, 새로운 기획 의도를 충족할 만큼의 제품은 개발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경영에 역량을 집중한다면 정작 제품은 누가 개발하는가?

이에 대해 나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집중해야 하는 것은 새로운 발상과 기획, 시장 개척이지, 대기업이나 가능할 법한 개념의 품질 완성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최소한의 품질과 신뢰성을 지닌 제품을 개발하는 데에는, ‘오프쇼어 개발’이라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돈 벌이 잘 되는 게’ 좋은 소프트웨어

‘좋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은 대부분 ‘어떻게 하면 소프트웨어를 통해 더 좋은 돈벌이를 할 수 있을 것인가?’로 치환될 수 있고, 치환되어야 한다. 제품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제품에 투입된 자원만큼의 가치를 사회(시장)에 제공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품질은 이렇게 좋은데’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가격 조건, 유통, 홍보 등의 문제 때문에 소비자와 연결되지 않은 제품이라면, 그들이 말하는 품질이 아무리 좋더라도 결과적으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쓸모없는 제품’일 뿐이다. 따라서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일에서는 제품을 잘 만드는 것 이상으로 잘 파는 것이 중요하다. 잘 팔기 위해서 잘 만드는 것이지, 잘 만들기 위해서 잘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자동차란 어떤 차인가? 엔진, 차체, 각종 장비들의 품질을 무작정 올리는 것으로 ‘좋은 자동차’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수억 원대 가격의 람보르기니나 페라리가, 매일 아이들을 등교시켜야 하는 4인 가정의 패밀리카로는 나쁜 연비에 시끄럽기만 한 애물단지에 불과할 뿐이다. 사용자의 용도에 부합하면서 가격 대비 최고의 효율을 제공하는 차가 기본적으로 좋은 자동차이며, 그에 대한 판단은 세분화된 시장에서의 선호도, 지속적인 판매량 등으로 객관화 될 수 있다.

소프트웨어에도 유사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의 소프트웨어 공학은 정형화된 ‘품질’을 강조함으로써 기업들에게 끊임없는 품질 비용의 지출을 강요할 뿐, 현장에서의 실용적인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좋은 소프트웨어란 무엇인가?’ 라는 핵심 문제에 대해 소프트웨어 공학이 여전히 ‘일단 잘 작동하는 것’ 정도의 개념에서 전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런 개념은 고도의 기술적 구성을 요구하는 특수한 분야이거나, 혹은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한정되어 있던 시절, 그래서 특정 상황에서 일정한 동작을 정확히 수행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지니던 시기에 필요하던 역량이다. SW 산업의 세계화와 글로벌 경쟁이 기본 전제가 되어 버린 지금 세상에서는, ‘그러니까 더, 더, 더 잘 만들어야 돼!’라는 기능 업데이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좋은 소프트웨어란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선도적으로 부합하는 제품, 쉽게 말해 잘 팔리는 소프트웨어이다. ‘잘 작동하는 프로그램(feasible)’이 아니고, ‘쓰기 편리한 프로그램(Usable)’도 넘어서서, ‘널리 쓰이는 제품(marketable)’이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공학은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에 대해 과학적, 기술적 견지에서 선도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학이 구현과정에서의 품질을 넘어, 시장, 경영, 법 제도, 그리고 나아가 (제품을 개발하거나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필요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기술을 이용하여 인간에게 유용한 제품을 만든다’라는 공학 본연의 목적을 수행할 수 있다. 글로벌한 세상에서 미래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제시하려면, SW 시장의 글로벌한 상황까지 폭넓게 고민해야 한다.


베트남 SW개발자를 활용하라

중소기업에 고급인력이 오려 하지 않고, 기껏 찾아온 인력들이 교육받은 역량과 노하우를 들고 대기업으로 가 버리는 현실에 대해 끝없이 한탄할 수도 있고, 다 같이 중소기업을 살리면 좋겠다고 목소리 높여 호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공학적 접근이 아니다. 공학이라면 객관적 현실을 직시하여 인정하고, 가능한 자원을 활용하여 어떻게든 개선 방안을 찾으며,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어떠한 과학적 지식도, 사회학도, 각종의 인적 자원도 영역의 한계 없이 활용해야 한다. 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는 일에 일체의 편견 없이 접근해야 한다.

필요한 만큼의 퀄리티를 만들 만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거나 인력 확보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요구된다면, 기존의 인력을 채근하는 대신에, 투입 가능한 비용으로 필요한 일을 해낼 수 있는 다른 인력을 찾으면 된다. 베트남으로 가면, IT분야 기준으로 우리의 50% 이하의 인건비로 무난한 정도 이상의 결과물을 적시에 도출할 수 있는 개발 인력들이 다수 포진하여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그들은 한국의 동종업계 인력들보다 성실하고, 더 열정적이며, 업무 결과물에 대해 책임감이 강하다.

베트남 노동자들의 한 달 평균 급여가 20만 원이라면, 베트남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80만 원 정도를 받는다. 만약에 한 달 평균 200만 원을 받는 한국 개발자들에게 800만 원을 지불한다면 그들은 베트남 노동자보다 열 배 스무 배 더 성실하게 일할 것이라 확신한다. 경제 구조상 베트남은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에게 막대한 경제적 동인을 제공할 수 있게 되어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그게 어려울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베트남의 성장세와, 한국의 최저임금 상승 추이 및 노동 정서, 사회적 변화 상황을 볼 때 이 같은 불균형은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의 주 52시간 근로제는 업무의 특성상 기간별 집중노동을 필요로 하는 IT인력에게까지 획일적으로 근무시간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화이트칼라 예외(White color exemption)조항 등의 보완책이 없을 경우, 이러한 인력의 불균형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시대의 괴로운 점은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전 세계 경쟁자들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 우리는 우리의 반값을 받으면서 우리보다 열심히 일하는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반면에 글로벌 시대의 좋은 점은 전 세계의 상품을 소비할 수 있으면서, 생산 과정에서 전 세계의 생산 요소를 내 것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반값 비용으로 우리 정도(어쩌면 그 이상의)의 결과물을 적시에 뽑아내는 생산 자원을 우리의 경쟁력으로 가져올 수도 있다. 비판할 필요도 심판할 이유도 없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이윤을 얻는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당연히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활용할 뿐이다.

이런 방법으로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면, 그 만큼을 기획, 홍보, 영업 인력에 투입하여 더 ‘좋은’ 제품, 다시 말해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 잘 팔리는 제품과 그에 합당한 서비스 체계를 갖출 수 있다. 우리는 후발주자로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입지와 혁신적 기획, 도전하는 열정을 활용하여 새 영역을 개척하면 된다. 우리보다 더 전문적인 개발자들이, 우리가 불필요한 시도들에 자원을 낭비하지 않게끔 도와줄 것이다.

물론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이런 국제적 분업을 해내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준비가 필요하고, 조심해야 할 사항들이 있으며,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험요소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서도 감정이나 이념이 아니라 공학의 관점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나만의 SW가 아닌, 내 브랜드의 세계화를 추구하라

우리가 취미로 집을 단장하거나 전원주택을 꾸민다면 손수 벽을 칠하고 화단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부동산업 종사자로서 집을 거래한다면 도배, 인테리어 등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사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분업도 더 세분화, 전문화 된다. 그래야 필요한 수준의 퀄리티가 나올 뿐 아니라 한정된 비용을 합리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우리 손으로 직접, 이런 소프트웨어도 만들어 봤다!’ 라는 만족감을 최종 목표로 삼아 일하는 산업 관계자는 없다. 모든 스타트업 기업들의 목표는 나만의 전원주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브랜드의 건물이 서울뿐 아니라 뉴욕이나 두바이 한복판에 당당히 서는 것이다. 그럼에도, 상대적 고임금과 비효율을 무릅쓰는 한이 있더라도 도배와 바닥공사까지 국내 인력을 써야만 할 정도로 아웃소싱이 불안하다면, 그것은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아웃소싱 할 업체 내지 소속 국가를 믿을 수 없거나, 아니면 타 업체에게 개발을 의뢰할 만큼 제품이 명확하게 기획되어 있지 안 되었거나 일 것이다.

첫째, 신뢰 문제는 중요하다. 당연히 모든 업무를 신중하게, 믿을 만한 곳에 맡겨야 한다. 또한 의뢰 대상이나 방법이 내가 개발하려는 제품의 특성과 맞아야 한다. 베트남의 경우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부작용이 벌써부터 아웃소싱 시장의 골칫거리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주들은 국내에서라면 2명이서 끝낼 일에 6명이 투입되는 베트남의 개발 생산성을 납득하지 못하곤 한다.

베트남 산업계에서는 한국 특유의 가격 후려치기, 요구사항의 잦은 변경 등에 대해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현지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현지 인력을 직접 채용하는 것은 이직률이 40%를 넘어가는 베트남 특유의 노동 환경과 문화상 실패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가능하면 오프쇼어 전문 업체를 활용하는 것이 위험부담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렇듯 모든 업무 영역에서 국제 협업 경험이 풍부하면서 현장의 정보와 시행착오들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지닌 대상과 접촉하여, 필요한 노하우를 최대한 빨리 입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위험요소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보다 훨씬 깐깐한 일본이나, 베트남과의 문화적 차이가 더 심할 유럽 회사들도 지재권 관리와 체계적으로 작성된 계약서 등을 통해 큰 어려움 없이 해결하고 있다. 이것은 수많은 선진국들을 대상으로 수천억 원의 해외 매출을 발생시키는 베트남 IT 기업들의 오프쇼어 개발 이력과 사후 평가를 통해 알 수 있다.

실제로 베트남은 세계경제포럼 조사에서 공학인재배출국가 세계 10위로 추산(2015), 글로벌 서비스 로케이션 지수(GSLI)에서 IT 아웃소싱 국가 5위로 발표(2019)되었다. 또한 가트너(Garter)에 의해 ‘Asia Tier 1 market location’ 으로 선정(2014~2016), 쿠시만 & 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 리스트에서 IT 서비스 아웃소싱의 최적지로 평가되는 등, 오프쇼어 개발 서비스의 최선두에 자리하는 추세에 있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 문제는 브릿지 엔지니어를 가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데, 사실 이런 우려들도 알고 보면 국내 인력을 활용할 때 더 심각한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초보 개발자와 소통해서 필요한 결과물을 얻어내는 과정은 해외의 전문 인력과 협의하는 것보다 더 막막할 때가 많다. 중도 퇴사자로 인해 업무가 마비되고 회사의 노하우와 기술이 고스란히 유출되는 경우를 보면 국내 인력이라고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심한 경우에는 이직하는 인력이 핵심 아이템이나 노하우를 고스란히 타 기업으로 가져가 버리기도 한다.

실제로 중소기업연구원의 2011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기술인력 유출이 2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2016년 실태조사에서도 조사 당시 1년 사이 절반(49.7%)에 달하는 조사 대상 기업이 SW 기술인력의 외부유출을 경험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그에 반해, 오프쇼어를 통해 매칭되는 해외 인력들은 적어도 제휴 업체에 의해 관리되고, 국제 기준에 따라 엄밀하게 합의된 계약 사항에 따라 움직이며,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정해진 조건의 이행을 보장 받는다.

둘째, 개발을 타 업체에 맡기기 위해서는 당연히, 제작하고자 하는 상품에 대한 명확한 계획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기획력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개발을 누구에게 맡길 지와 상관없이 이것은 사업의 성패를 결정 짓는다.

그런데 기획이 100% 명확하지 않다고 해도, 전문 브릿지 엔지니어와 개발을 논의하는 편이, 국내에서 어중간한 개발자들을 채용해서 암중모색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어쨌든 그들에게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프로세스와 기법이 있고, 그들의 객관적 관점과 교류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막연하던 내 아이디어가 한층 명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 과정에서도 먼저 100%의 완성된 비전을 만들고자 추상적으로 머리를 쥐어짤 게 아니라, 전문가 집단과의 체계적 교류를 통해 ‘지금, 이 시장에서’ 가장 적절한 아이템을 논리와 타당성을 기반으로 추구하고 검증하는 일이 중요하다.


글로벌 오프쇼어링은 비전이 아닌 당면한 현실

나는 올해 10월 호찌민에서 개최하는 VNITO 2019 (Vietnam ITO Conference)에서 ‘Good opportunities and good results are different. Why Korea? And Why Vietnam?’이라는 타이틀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강연 준비를 위해 지난 10년여 간 300여 중소 SW 기업들과 진행했던 컨설팅 자료들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한국 기업들의 무수한 꿈들이 너무나 아픈 상처를 남기며 좌절되곤 했는데, 실패 사례들은 공유되지 못한 채 또 다른 기업들에 의해 똑같이 반복되기만 할 뿐이다.

열정이 아니라 전략의 문제이다. 한국과 베트남에는 분명히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최적의 요소와 기회가 있고, 특히 베트남과의 협업은 한국 내 인력 수급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SW산업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절호의 기회임에도, 체계적인 전략과 노하우 공유의 부재가 모처럼의 기회를 무산시킬까 염려될 따름이다.

현장에서 여러 해 동안 수없이 마주했으면서도, 여전히 반복해 만나게 되는 안타까운 점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변화한 SW산업 현장에 정책이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SW 공학이 ‘품질이 좋으면 잘 팔린다’라는 예전의 비전에서 막 헤어났을 뿐, 새로운 방향을 구체적으로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업에 대한 ‘무한 품질 투자 요구’, 혹은 ‘불필요한 요소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야기한다.

SW 인력 활용에 대한 정책이 여전히 ‘구현’ 영역에 치우쳐 있는 것도 문제다. 단순 구현 능력 위주로 육성된 인력은 베트남 등 해외의 저렴한 인력들에 대해 더 이상 경쟁력을 지닐 수 없다. 되려, 지금 업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주어진 기능을 무난하게 구현하는 능력이 아니라, 제품의 방향성을 기획하고 서비스를 관리하며 영업 측면까지 고려할 수 있는 인력이다.

둘째,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상황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 해외 SW 산업의 발전상과 해외 인력 상황에 무지한 채 ‘IT강국’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안주하여, 안이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IT 강국이라는 말도 사실은 통신 인프라 등에 관련된 것이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SW 강국으로 평가된 일은 적어도 내 기억에는 없었다.

반면에 베트남의 SW 산업은 지난 15년간 매년 25~30%의 급성장을 하여 2018년 현재 58조 5천억동(한화 약 3조 원)의 수출액을 달성하고 있다. 베트남의 이 같은 소프트웨어 산업 성장은 오프쇼어 개발에 대한 거대한 글로벌 수요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SW 개발에 대한 글로벌 분업 체계가 이미 시장에 크나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오프쇼어 개발 체계는 일본과 호주, 심지어 미 금융권 등 가장 선진적인 기술 국가들의 첨예한 산업에서 이미 상식처럼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기업들은 국내에서의 부정적 경험인 기술 유출 등을 핑계로 체제 변환에 소극적이다. 국내의 SW 산업이 스스로의 경쟁력을 직시하지 못 하면서 해외의 광대한 시장만을 욕심낼 경우 선발 주자들의 무수한 실패 사례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 이러한 산업 현실과 시장 상황의 정보들이 공유되지 않은 채 각개 전투와 개별 낙오가 반복되고 있다. 새로이 진출하는 기업들의 힘이 되어줘야 할 오프쇼어 컨설팅 기업 대부분은, 결과 책임에 부담이 적은 단순 매칭 서비스만을 제공할 뿐 기업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 때 제공할만한 전문성이 없다. A기업이 너무 뻔한 실수로 무참히 무너지는 상황을 작년에 확인했는데, 올해 B기업이 똑같은 시도를 흉내 내듯 처음부터 시작하는 모습을 볼 때면 속이 상해서 복장이 터진다. A기업이든 B기업이든 늘 의도는 진실했고 열정에는 진정성이 있었다. 문제는 전략이었고, 정보였다.

왜냐하면 매칭 영역 또한 공학적 관점에서, 단순히 관련 기업의 리스트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쇼어 서비스 회사들의 도메인, 산업별 기술, 관리, SW공학 역량부터, 언어, 문화 이해도까지 정보화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신규 진출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가 없다. 베트남 내 기업들의 역량을 일일이 파악해가며 느낀 점은, 많은 회사들이 현재의 성과와 무관하게 한 발만 삐끗해도 협업을 실패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는 것이었다.

개인에게 학업을 위한 시기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듯이 신규 기업에게도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있다. 일단 그 시기가 지나가면 뒤늦게 실패 이유와 노하우를 알게 되더라도 해당 기업에 더 이상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필요한 정보와 전문성을 지닌 이가, 꼭 필요한 때에 도울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는 글로벌한 경쟁뿐만 아니라, 글로벌 생산 자원과 무한정의 시장 또한 존재한다. 산업적 과도기의 우리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더 이상 국내의 좁은 우물에서 직원들의 부족한 의지와 열정 탓만 하지 말고, 넓어진 세상이 제공하는 기회에 적극적으로 마주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불가능한 일에 무한정의 자원을 투입하는 열의가 아니라, 변화하는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는 용기와, 체계적 대응 전략이다. 해외 진출과 오프쇼어링이 업계의 상식으로 자리잡는 이 때에, 정부와 기업이 보다 전략적인 안목에서 SW 산업의 미래 먹거리를 개척하길 희망한다.

박지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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